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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10일
2026-07-08 09:15:44
꿈미
조회수   70

상황과 마음을 움직이시는 하나님의 때

 

일시 : 2026710

본문 : 사무엘하 5:1-5

 

 

성도 여러분, 과거에는 사람을 처음 만나면 혈액형을 묻곤 했지만, 요즘은 너무나 익숙하게 MBTI를 묻고 답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인터넷에서 간단히 해볼 수 있는 이 검사에는 꼭 등장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무언가를 결정할 때, 사람들의 감정을 먼저 고려하는 편입니까, 아니면 현실적인 상황과 논리를 먼저 고려하는 편입니까?" 물론 이는 우선순위의 문제일 뿐입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나는 원래 논리적인 T 성향이라 감정은 중요하지 않아혹은 나는 감정적인 F 성향이라 현실적 상황보다는 무조건 공감이 먼저야라며 자신의 연약한 본성을 합리화하고 강요하는 함정에 빠지곤 합니다. 하지만 건강한 삶은 둘 중 하나만을 택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현실적인 상황과 사람의 마음, 이 두 가지를 모두 품을 수 있어야 합니다.

우리를 향한, 그리고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일하심도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은 상황의 문제와 마음의 문제를 결코 분리하지 않으시며, 가장 완벽한 때에 이 두 가지를 모두 다루십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다윗의 삶이 이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1. 조급한 한 걸음을 멈추는 믿음

 

다윗이 유다 지파의 왕으로 헤브론에서 통치한 기간은 76개월입니다. 반면 사무엘하 210절을 보면,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나머지 이스라엘 지파들의 왕이 되어 다스린 기간은 단 2년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스보셋과 대치했던 2년을 제외한 나머지 '56개월'이라는 길고 지루한 시간 동안 다윗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요?

아마도 다윗에게는 군사적으로 이스라엘을 단번에 통일할 수 있는 수많은 기회와 명분이 있었을 것입니다. 사울의 집안은 구심점을 잃고 무너져가고 있었고, 다윗의 진영은 날로 강성해졌습니다. 논리적으로나 상황적으로나 당장 쳐들어가서 제압하는 것이 가장 빠르고 효율적인 정답처럼 보였을 것입니다. 내 손에 힘이 주어져 있고, 조금만 움직이면 모든 것을 내 뜻대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 속에서 '한 걸음만 더 내디뎌 내 힘으로 쟁취하고 모든 것을 깔끔하게 끝내고 싶은 유혹'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그러나 다윗은 그 조급함의 한 걸음을 내딛지 않았습니다. 그는 힘의 논리에 휩쓸리거나 하나님이 원하시지 않는 방법을 철저히 거부하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하나님의 때'를 기다렸습니다. 그렇게 기다리는 시간 속에 이스보셋이 왕이 되어 2년간 대적하게 됐어도, 여전히 그는 기다립니다. 그리고 결국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때에 다윗을 온 이스라엘의 왕으로 세우십니다.

우리에게도 다윗이 경험한 것과 같은 순간들이 수없이 찾아옵니다. '내가 여기서 조금만 더 손을 쓰면', '하나님이 굳이 말씀하지 않으셔도 내 방식대로 밀어붙이면' 모든 것이 당장 해결될 것 같은 순간들 말입니다. 우리는 기다림을 참아내지 못하는 연약하고 죄 된 본성을 지녔습니다. 눈앞의 결과를 얻기 위해 사람의 마음은 무시한 채 상황부터 내 뜻대로 종료시키고 싶은 얄팍한 통제욕이 우리 내면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내 삶의 운전대를 내가 쥐어야만 직성이 풀리는 것입니다. 하지만 참된 믿음은, 내 손에 쥔 칼을 내려놓고 주님이 일하실 공간을 비워두는 것입니다. 조급함을 십자가에 못 박고 주님의 일하심을 기다리는 것, 그것이 은혜를 아는 자의 마땅한 걸음입니다.

 

2. 상황과 마음을 모두 움직이시는 하나님

 

그렇다면 조급함을 내려놓은 다윗의 삶에 하나님은 어떻게 일하십니까? 결국 다윗은 온 이스라엘의 왕이 됩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 통일의 과정이 다윗의 강요나 억압, 혹은 피를 부르는 무력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사무엘하 317절을 보면, 적대 진영에 있던 이스라엘 장로들이 스스로 다윗을 임금으로 세워야 한다고 뜻을 모으기 시작합니다. 그들 편에서 먼저 우리가 한 골육인데 언제까지 나뉘어 싸워야 하는가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이 일하시는 신비로운 방식입니다. 무력에 의한 억지 굴복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의 굳어진 마음을 직접 만지시고 변화시키셔서 강제가 아닌 '자원함'으로 온 나라가 하나 되게 하셨습니다. 만약 다윗이 자신의 힘으로 억지로 왕좌를 빼앗으려 했다면, 겉으로는 통일되었을지 몰라도 그 이면에는 끊임없는 반역과 깊은 상처가 남았을 것입니다.

우리는 종종 '속도'가 가장 중요하다고 착각합니다. ‘일단 상황부터 내 방식대로 빨리 해결해 놓고, 상처받은 사람들의 마음은 나중에 수습하면 된다고 합리화합니다. 하지만 진리를 수호하는 치열한 영적 전투의 현장이 아니라면, 그 속도가 과연 '하나님의 속도'인지 우리는 두렵고 떨림으로 돌아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연약함은 늘 내 얕은 꾀로 상황을 억지로 꿰맞추려 하며, 사람의 마음조차 내가 통제하고 조종할 수 있다고 교만하게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십자가 앞에 내 뜻과 계획을 완전히 내려놓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릴 때, 주님은 엉켜버린 환경뿐만 아니라 도무지 변할 것 같지 않던 사람의 마음까지도 가장 부드럽고 완벽하게 움직이십니다. 상황의 골든타임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이 빚어지는 하나님의 카이로스, 즉 하나님의 때입니다. 내가 하려는 조급함을 멈출 때 비로소, 모든 것을 합력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완벽한 섭리가 우리 삶에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오늘 우리의 삶 앞에도 당장 내 힘으로 밀어붙여 통제하고 싶은 수많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을 것입니다. 해결되지 않는 가족이나 직장 동료와의 갈등, 응답이 지연되는 답답한 기도 제목, 혹은 내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는 상황들 앞에서 우리의 이기적인 본성은 늘 우리를 재촉합니다. ‘지금 당장 나서서 내 힘으로 이 상황을 빨리 끝내야 해.’라며 끊임없이 불안과 조급함을 부추깁니다. 다윗이 헤브론에서 기다려야 했던 76개월이라는 시간은, 어쩌면 오늘 우리가 일상에서 묵묵히 통과해야 할 '자아의 죽음'을 의미하는 시간과도 같습니다.

그 답답하고 조급한 마음이 우리의 영혼을 짓누를 때마다 골고다 언덕의 십자가를 바라보십시오. 우리 구주 예수님은 능력이 없어서 십자가에 달리신 것이 아닙니다. 당장이라도 하늘의 천군 천사를 동원하여 십자가에서 뛰어내리시고, 모든 대적을 단번에 굴복시킬 수 있으셨습니다. 그러나 주님은 우리의 완악한 마음을 돌이키시고 영원한 구원을 완성하시기 위해, 그 가장 무력해 보이는 죽음의 자리를 끝까지 참아내시며 성부 하나님의 때를 온전히 기다리셨습니다. 예수님의 그 철저한 '기다림''자기 내어드림'이 있었기에, 오늘 저와 여러분이 생명을 얻어 은혜의 보좌 앞에 나아올 수 있는 것입니다.

십자가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한 신뢰와 순종의 문제임을 우리에게 가르쳐 줍니다. 그 십자가의 크신 은혜가 오늘, 두려움과 조급함으로 무언가를 내 힘으로 쟁취해 보려는 우리의 얄팍한 마음을 덮습니다.

오늘 하루, 내가 억지로 내디뎌 상황을 종료시키려 했던 그 교만한 '한 걸음'을 십자가 앞에 겸손히 내려놓으시기를 소망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불안해하지 마십시오. 온 우주를 다스리시며, 굳게 닫힌 사람의 마음의 빗장마저 가장 부드럽고 완벽하게 열어젖히시는 하나님의 완전하신 주권을 깊이 신뢰하십시오. 내 알량한 노력과 율법적인 열심으로 문제를 돌파하려는 모든 시도를 멈추고, 오직 나의 연약함을 체휼하시며 도우시는 십자가의 은혜에 푹 기대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가 내 힘으로 쟁취하는 피곤하고 지친 하루가 아니라, 하나님의 가장 선한 때를 평안 가운데 기다리며 주님의 완전하신 일하심을 목도하는 감격스러운 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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