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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7월 9일
2026-07-08 09:14:50
꿈미
조회수   66

멈춰 서서 은혜를 기다릴 때

 

일시 : 202679

본문 : 사무엘하 4:1-12

 

 

깊은 산속이나 사막에서 조난을 당해 방향을 전혀 알 수 없을 때, 길을 찾는 고전적인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태양이 떠 있을 때, 주변에서 막대기를 하나 구해 땅에 수직으로 세워두는 것입니다. 그리고 막대기 그림자 끝부분에 돌을 놓아 표시를 해둡니다. 일정 시간이 흐른 뒤, 태양이 이동함에 따라 그림자도 자리를 옮기게 됩니다. 그때 옮겨간 그림자의 끝부분에 다시 표시를 하고, 처음 돌과 나중 돌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놀랍게도 처음 위치가 서쪽, 나중 위치가 동쪽이 되어 정확한 방위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합니다.

길을 잃었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을 설정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위기와 불안을 마주하면 본성적으로 멈춰 서기를 두려워합니다. 막대기를 꽂고 그림자가 이동할 때까지 인내하며 기다리는 그 시간이 너무나 초조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방향도 모른 채, 그저 내 힘과 열심을 다해 아무 곳으로나 냅다 뛰기 시작합니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어디로든 헤매는 쪽이 길을 찾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스스로를 속이면서 말입니다.

하지만 신앙의 길에서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내 안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바른 자리'에 머물러 지시하시는 '바른 방향'을 분별하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인 사무엘하 4장에는 이와 같이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자신의 욕망대로 방향을 설정해버린 사람들과, 멈춰진 시간 속에서 오히려 하나님의 크신 일하심을 경험하게 되는 한 사람의 대조적인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1.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는 죄악

 

본문에는 하나님이 명령하시지 않았음에도, 마치 하나님의 뜻에 순종한 것처럼 그분의 이름을 거창하게 가져다 쓰는 악인들이 등장합니다. 레갑과 바아나입니다. 그들은 사울의 아들 이스보셋이 침상에 누워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기습하여 그의 목을 벱니다. 그리고 그 머리를 다윗에게 가져가서 이렇게 외칩니다. “여호와께서 오늘 우리 주 되신 왕의 원수를 사울과 그의 자손에게 갚으셨나이다.” 여러분, 하나님이 정말로 원수를 갚으셨다면, 하나님이 먼저 그들에게 명령하셨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들은 하나님의 명령이나 선하신 뜻과는 아무런 상관없이, 그저 다윗이 승기를 잡은 것 같은 '정치적 상황'에 편승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잔인한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그러고는 자신들의 탐욕스러운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해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라며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게 일컫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의 내면에도 레갑과 바아나와 같은 죄악 된 본성이 꿈틀거립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기다리기보다, 당장 내 눈앞에 이익이 되는 길, 가장 빠르고 편안해 보이는 길을 내 마음대로 선택해 버립니다. 그리고 일이 조금 잘 풀리는 것 같으면 "하나님이 문을 열어주셨다", "하나님이 하신 일이다"라며 스스로에게 값싼 면죄부를 줍니다. 하지만 다윗의 반응은 단호했습니다. 만약 그것이 진정 하나님이 행하신 일이라고 믿었다면, 불의한 자리가 아니라 바른편에 서 있었어야 합니다. 바른길을 알지 못하겠다면, 섣불리 움직여 하나님의 이름을 훼손할 것이 아니라 멈춰 서서 그분이 기뻐하시는 뜻을 치열하게 묻고 분별했어야 합니다.

 

2. 상처를 통해 위기를 넘어가게 하시는 하나님

반면, 4절에는 전혀 다른 결을 가진 한 사람, 요나단의 아들 '므비보셋'의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성경은 그를 소개할 때 "다리 저는 자"라고 기록합니다. 그는 날 때부터 장애를 가진 것이 아니었습니다. 다섯 살 때, 사울과 요나단의 죽음 소식을 듣고 급히 도망가던 유모의 품에서 떨어져 평생 두 다리를 절게 되었습니다. 어린 므비보셋의 입장에서 이것이 얼마나 억울하고 원통한 일입니까? 자신의 실수도 아닌 타인의 실수로 인해 평생 씻을 수 없는 장애와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된 것입니다.

만약 므비보셋이 두 다리가 튼튼하고 건강한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사람들은 그를 사울 왕조의 차기 지도자로 추대하려 했을 것입니다. 반대로 다윗의 세력이나 레갑과 바아나 같은 기회주의자들에게는 가장 먼저 암살해야 할 정적이 되었을 것입니다. 오히려 이스보셋보다 먼저 비참한 죽음을 맞이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므비보셋은 다리를 절었기에, 사람들의 눈에 차기 왕감으로 보이지 않았고, 그 피비린내 나는 정치적 숙청의 소용돌이에서 안전하게 빗겨날 수 있었습니다.

그가 다리를 절게 된 순간에 어찌 아픔과 눈물이 없었겠습니까? 하지만 하나님은 인간의 눈에 가장 치명적인 상처와 절망마저도 반전시키셔서, 더 큰 죽음의 위기를 넘어가는 생명의 기회로 삼으셨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은 때로 이정표 하나 없는 사막 한가운데 선 것처럼 막막할 때가 있습니다. 어디로 가야 할지, 얽혀있는 삶의 문제들을 당장 어떻게 풀어내야 할지 방향을 잃어버릴 때, 우리의 타락한 본성은 가만히 멈춰 서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합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고 도태되는 것 같은 두려움에 사로잡혀, 결국 레갑과 바아나처럼 내 소견에 옳은 대로, 당장 내 눈앞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무작정 내달리려 합니다. 심지어 그 성급하고 탐욕스러운 발걸음 위에 '하나님의 뜻'이라는 그럴듯한 포장지를 덮어씌우며 스스로 죄를 합리화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바른 방향을 잃은 채 내 힘과 열심만으로 내닫는 걸음의 끝은 결국 허무와 파멸뿐임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진정으로 원하시는 것은, 비록 두 다리가 꺾여 내 힘으로는 단 한 걸음도 제대로 내디딜 수 없을지라도, 그 치명적인 연약함과 상처를 부둥켜안고 십자가의 그늘 아래 잠잠히 멈춰 서는 것입니다. 므비보셋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생 다리를 저는 자가 되었지만 바로 그 끔찍한 상처 때문에 도리어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던 것을 기억하십시오. 하나님은 우리가 세상에 자랑하는 알량한 힘과 지혜가 아니라, 우리가 그토록 감추고 싶어 하는 연약함과 아픔을 통해 가장 놀라운 은혜의 반전을 이루어 내시는 분입니다. 내 힘으로 도무지 달릴 수 없기에 주님 앞에 엎드릴 수밖에 없고, 내 지혜로 길을 찾을 수 없기에 오직 십자가만 바라보게 되는 그 '멈춤의 자리'가 바로, 하나님의 주권적인 일하심이 시작되는 가장 위대한 '은혜의 자리'입니다.

오늘 하루의 삶을 시작하며, 문제의 해결사가 되려는 우리 안의 조급함과 거짓된 열심을 주님의 십자가 앞에 온전히 내려놓기를 소망합니다. 당장 눈앞에 뚜렷한 길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두려워하거나 섣불리 속단하여 움직이지 마십시오. 오히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바른 자리인지, 내가 향하려는 곳이 주님이 기뻐하시는 방향인지 치열하게 묻고 또 물어야 합니다. 이해할 수 없는 막막한 시간 속에서도 조용히 믿음의 막대기를 꽂아두고, 은혜의 그림자가 옮겨가기를 인내하며 기다리십시오. 우리의 모든 연약함을 체휼하시고, 우리의 상처마저도 생명의 통로로 빚어내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아래 잠잠히 머물 때, 주님은 우리의 얕은 생각을 뛰어넘는 가장 선하고 안전한 길로 우리의 걸음을 친히 인도해 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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